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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이 카메라와의 인연을 정리하기로 마음먹다

지난 주말, 충무로 모처에서 수리한 똑딱이 두대를 찾아왔다. 수리비는 각 5만 원씩 10만 원. 새로 한대를 사자면 대당 1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으니, 새로 사는 것보다는 싼 가격이리라. 하지만 오늘 들고나가기 위해 셔터를 몇 번 눌러보니 제대로 수리가 되지 않았다. 연락을 해 이러이러하다 사정을 말씀드리면 다시 봐줄 사장님 이시라 조금 불편하겠지만 섭섭한 마음은 적다.

 

다만, 나는 오늘 더 이상 잘 동작하지 않는 똑딱이들에 마음을 주지 않기로 했다. 잘 동작하지 못하는 작은 카메라들을 보는 마음이 편치 않아 종종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카메라들을 들고 수리점을 오갔다. 예전에야 간단한 수리는 3만 원 정도, 두대를 맡기면 5만 원 정도에 멀쩡하게 작동하는 카메라를 받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모든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 수리비까지 오르지 않을 수는 없었겠지? 오르지 않기를 바란다면 내가 나쁜 사람이다. 수리 비용이 올라가는 것이야 이해하지만 꽤 자주 맡기기엔 부담스럽기도 하다. 거기에 저가형 똑딱이라는 카메라 자체가 알만한 만듦새에 연식도 오랜 카메라 들이라 잠시 수리를 해 정신을 차렸다가도 다시 이상한 동작을 하곤 한다. 좀 밝은 렌즈가 달린 똑딱이 카메라는 그나마 좋은 재료들을 사용해 만들어 수리를 하면 괜찮아진다고 하지만 저가형 똑딱이는 몇 번 수리해 봐도 시간이 지나면 영락없이 증상이 다시 나타나곤 한다. 게다가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보전되는 카메라의 가치도 낮고, 이상증상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니 수리를 할수록 시간 손해에 돈도 손해다. 이런 녀석이니 어디에 팔 수도 없다.

 

수리를 다녀온 카메라의 배터리를 분리해 오늘 제습함에 넣어두었다. 제대로 동작하는 한대는 몇 주 뒤 주말에 사용해 보겠지만, 다녀와서도 제정신을 못 차린 저 녀석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콩알보다 조금 큰 렌즈알의 성능이 궁금해 허름해 보이는 녀석이라도 한번 수리해 보려 했던 건데 잘 낫지를 않는다. 귀찮더라도 내일 연락하고 다시 맡길 일정을 잡아 보는 수밖에. 지금까지는 필름 카메라를 쓰는 사람이라면 으레 마주치는 상황이라 생각하고 넘겼지만, 요즘은 좀 지치는 느낌이다.

 

찬찬히 똑딱이 카메라 들에게서는 마음을 거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