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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 Zeiss 렌즈 생각

카메라를 한동안 사용하다 보면 한 번쯤은 듣게 되는 이름, Carl Zeiss. 현재는 Zeiss라는 이름의 렌즈 메이커를 떠올리거나, Cosina 제의 Carl Zeiss 렌즈가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고 기억하는 렌즈는 Contax RF 시절의 Carl Zeiss 렌즈이다.

지금 필름 카메라 중 최고가 무엇이냐 물어보면,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 중 많은 수가 Leica(라이카)를 떠올릴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전히 고가의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 바디와 렌즈들을 계속해 생산해 내고 있으니, 제일 고급의 필름카메라라고 하면 라이카를 자연스레 떠올린다. 하지만 세계 2차 대전을 전후로 한 당시에는 라이카를 기술적으로 압박하던 회사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Carl Zeiss였다. 프레이밍과 포커싱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파인더와(당시에 라이카는 M3 가 나온 뒤에야 가능했었다), 라이카에 비해 더 정확한 RF성능, 그리고 뛰어난 광학적 성능으로 Carl Zeiss의 카메라와 렌즈는 당대에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것 들이었다.

당시에 그랬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아는 사람이나 알고 있는 칼자이즈와 콘탁스를, 나는 왜 이제야 좋아하고 있는 걸까?

1. 마이너적 기질에 잘 맞는다.
. 참 골치 아픈 기질 중에 하나가 마이너 기질이다. 남들 쓰는 거 봐서 편안하게 나도 쓰면 될 것을, 꼭 남들 안 쓰는걸 쓰고싶어 한다. 이런 취향을 고집하다 보면 남들이 후져서 안 쓰는 것을 자기 최면에 빠져 좋다 생각하며 쓰기가 쉽상이다. 하지만 칼짜이즈 렌즈들 중 성능이 빠지는건 없고, 사람들은 몰라서 잘 쓰지를 않는다. 좋은 성능에 남들은 안쓰는 카메라 혹은 렌즈라면, 마이너적인 기질을 만족시켜 주면서도 성능까지 나오니 얼마나 좋은가!


2. 동시대 라이카 렌즈 대비 성능이 우월하다.
. 앞에서 말한 이야기와 이어지는데, 칼짜이즈 렌즈는 당대의 렌즈들 중 누가 뭐라 해도 탑티어의 렌즈다. 지금이야 돈과 재료, 기술과 갬성(?)을 때려 부어 만든 라이카 렌즈 혹은 현행 대구경 렌즈를 성능으로 따라가기 어렵겠지만, 동시대의 라이카 렌즈와 칼자이즈의 렌즈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면 확실히 칼자이즈의 렌즈가 우수하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이건 사용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데, 이걸 말로 뭐라 표현하나. 어쨌든 좋다. 모르면 모르는 사람만 손해다. 궁금하면 써보시던지...

3. 공돌이적 감수성을 제대로 충족시켜 준다.
. 미려한 광택과 조작감 그리고 꽉 찬 무게감은 이것이야 말로 엔지니어의 감수성을 온전히 때려 부어(!) 만든 공예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요즘의 원가 절감을 생각하며 대량 양산을 해내는 시절에는 만들기 어려운, 장인의 마감 품질이라고나 할까? 예술품 같은 디자인의 예쁘장한 라이카와는 또 다른, 엔지니어의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기계의 감성을 간직한 렌즈와 바디라고 할 수 있다.

4. 이야기가 있다.
. 라이카렌즈는 눈이 먼 장인이 손가락 끝의 감각으로 렌즈를 깎는다는 둥, 라이카 녹티룩스는 촛불 하나만 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둥, 카메라와 렌즈에 얽힌 전설이 워낙에 많지만, 칼자이즈도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 2차 대전 전의 메이커의 발전과, 전후에 회사가 동과 서 둘로 나뉘는 이야기, 전쟁보상금 명목으로 러시아로 기술이전이 되어 만들어지게 되는 여러 아류 혹은 카피들과 관련한 이야기 들은 사람들이 두고두고 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준다. 오죽하면 렌즈 구분을 2차 대전을 기준으로 전전형(전쟁 전 형식)과 전후형(전쟁 후 형식)으로 구분을 할까. 앞서 말한 회사가 러시아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탄생한 렌즈들과, 독일에서 만든 원래의 렌즈들의 특성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이처럼 얽혀있는 이야기가 많은 메이커는 사용하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얼른 기억나는 대로 추려내 정리한 내용만 해도 이 정도이다. (이게 다 일지도 모른다...) 콘탁스 카메라(Cotnax IIa)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Sonnar 50mm 렌즈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된 콘탁스/자이스 앓이는 꽤 많은 렌즈들을 모은 상태에서 요즘은 잠시동안의 휴지기를 보내고 있다. 아직 구하지 못하고 써보지 못한 몇 귀한 렌즈들이 있는데 앞으로 렌즈와 인연이 닿아 한번 사용해 볼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아아! Carl Zeiss!

 


□ 사용기 Link

  . Carl Zeiss Planar 1:3.5 f=35mm - https://www.presstheshutter.com/?p=8775 

 

Carl Zeiss Planar 1:3.5 f=35mm Review

시작은 Biogon의 보급형으로, 이제는 써보고 싶어도 구하기 힘든 렌즈로.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컬러감을 보여주는게 Carl Zeiss 렌즈의 특징이다. 다시 말하자면 도드라지는 색 표현 보다는 정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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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rl Zeiss Biogon 1:4.5 f=21mm - https://www.presstheshutter.com/?p=6259& 

 

Carl Zeiss Biogon 1:4.5 f=21mm

Carl Zeiss and Tokyo. Carl Zeiss 렌즈를 쓰면서 문득 떠오른 도시는 도쿄였다. 높게솟은 마천루와 그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근대 건물들,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사람들까지. 이번 여행을함께한 Carl Zeiss B

www.presstheshutter.com

  . Zeiss Opton Sonnar 1:1.5 f=50mm - https://www.presstheshutter.com/?p=6306& 

 

Zeiss Opton Sonnar 50mm f1.5

Carl Zeiss and Tokyo. Carl Zeiss 렌즈를 쓰면서 문득 떠오른 도시는 도쿄였다. 높게솟은 마천루와 그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근대 건물들,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사람들까지. 이번 여행을함께한 Carl Zeiss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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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ax II / Carl Zeiss Jena T* Biogon 1:2.8 f=3.5cm (after w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