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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필름, 좀 편하게 현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Diafine)

없으면 말을 안꺼냈겠지?
자,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일반적으로 필름 현상은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진행이 된다. 현상과 정지, 정착과 수세 뒤 건조를 해 현상 과정을 마무리 하고, 이후 후작업을 진행 한다. 후작업이라고 하면 주로 두가지로 진행되고, 디지털 작업을 하고자 한다면 스캔을 하거나 아날로그 작업을 한다면 확대(=인화)를 하게 된다. 이 두가지 작업은 또 언젠가 한번 자세하게 다루기로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현상 이야기를 해보자.

제대로 된 현상을 하려면 각 과정에 맞는 약품을 써서 진행을 해야 한다. 현상 모액을 만들어 뒀다가 희석을 해야하고, 정지는 물로 할 수 있지만 픽서도 모액를 희석해야 한다. 그리고 현상을 하기 위해서는 현상액의 온도를 데이터 시트에 맞추거나, 그게 아니라먼 온도에 맞는 현상시간을 확인해 작업을 해야 적정 수준의 현상결과를 얻어낼 수 있으니, 이런게 손에 익은 사람들은 쉽겠지만 처음 접하기에는, 글쎄...? 번거롭기도 하고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도 않다. 이런 복잡함들이 필름 현상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시작을 했다 하더라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해 쉽게 포기하게 된다. 그렇다면 좀 간단하게 현상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물론 있다. Diafine이라는 마법의 현상약이. 이 현상약을 사용하면, 온도를 맟출 필요도, 필름의 데이터 시트에 따라 현상시간를 바꿀 필요도, 매번 현상액을 새로 만들 필요도 없다. 좀 더 자세하게 이 약품에 대해서 알아보자.

1. Diafine을 사용하는 전체 프로세스는 A약품 - B약품 - 수세 - 정착 - 건조로 이루어 진다. 정지의 과정이 빠지고 A약품 뒤 바로 B약품을 사용한 다음 전체 현상 과정은 마무리 된다. 그후 수세 한 뒤 정착만 하면 완료. 별도의 온도를 맞출 필요는 없고, A/B 약품별 긱 5분 남짓의 시간만 들이면 현상이 가능하다. 교반 역시 A약 초반 30초 가량만 해주면 되고, B약을 넣은뒤에는 조금 힘들지만 초반 30초만 파워 교반을 해주면 된다. 이유는 아래에.

2. 현상액 A와 B는 각각 분리해 잘 보관하면 무한히(!) 재사용이 가능하다. 단, B약품에 A약품이 약간량 섞이는 것은 무관하나 A약품에 B약품이 섞이면 더이상 A약품을 사용할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필름의 베이스에 A약품이 흡수되고, 이 뒤에 들어가는 B약품이 현상을 완료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현상 과정에서 B약품에 A약품이 추가되면서 B약품은 양이 늘고, A약품은 필름에 흡수되어 양이 줄어드는 상황이라 완전 무한사용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3. 1번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필름별로 별도의 현상시간이 없다. 주요 필름별 적정 감도는 약품 구매시에 데이터시트를 같이 첨부해 주는데 참고하면 된다. 별도의 가이드가 없는 필름이라면  촬영당시에 일반 촬영감도보다 한스탑 정도 Push(증감)촬영을 해주면 된다.

Diafine을 마법의 약품이라 설명하긴 했지만,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1. 톤이 일반 현상약에 대비해 약간 맹숭맹숭한(?)톤이 나온다. 좋게 말하면 중간톤이 풍부하다 말할 수 있고, 다르게 말하면 중간톤이 너무 강조되어 사진에 힘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후작업에서 신경을 쓰면 디지털이나 아날로그에서 모두 괜찮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직접 인화 작업도 여러번 해보았지만, 필터만 잘 사용하면 충분히 컨트라스트 확보가 가능해 조금 손이 가는것만 감당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

2. 현상 과정에서 얼룩이 생기기 쉽다. 잠시 언급했다 시피 A약품이 흡수된 뒤 B약품과 반응해 현상이 되는 과정에서 필름 퍼포레이션 구멍에 남아있던 A약품이 흘러내려 B약품과의 반응을 방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초반 교반 후 탱크를 방치해 두면 얼룩이 생기고, 이건 중간교반을 해줘도 개선이 어렵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은 A약품을 따라낸 뒤 B약품을 넣고 파워교반(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빡세게!) 약 15~30초 정도를 흔들어 주면 해당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초반에만 조금 고생하면 되니 잊지 말고 꼭 해주자.

약간의 단점이 있지만, 간편함의 장점이 더 많은 Diafine현상약에 대해 설명해 보았다. 사용하기는 편하지만 증감과 컨트롤의 아쉬움으로 현재는 다른 현상약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현상을 처음 시작하려 하는 사람들에게는 접근성을 크게 높여주는 약품이라 이야기 할 수 있다. 특히 증감 촬영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현상약이다 보니 흑백 야간 촬영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 적합한 약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번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제적이기도 하다. 현상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 도전해 보아도 괜찮은 Diafine에 대한 소개를 간단한 작례를 몇점 첨부하며 마친다.

Fin.

Leica M4 / Zeiss-Opton Sonnar 1:1.5 f=50mm / Kentmere400(EI800) / Diafine Dev / 2018. 2. / Ginza. Tokyo. Japan
Leica M4 / Zeiss-Opton Sonnar 1:1.5 f=50mm / Kentmere400(EI800) / Diafine Dev / 2018. 2. / Ginza. Tokyo. Japan
Leica M4 / Zeiss-Opton Sonnar 1:1.5 f=50mm / Kentmere400(EI800) / Diafine Dev / 2018. 2. / Ginza. Tokyo. Japan
Leica M4 / Zeiss-Opton Sonnar 1:1.5 f=50mm / Kentmere400(EI800) / Diafine Dev / 2018. 2. / Ginza. Tokyo. Ja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