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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뭘 먼저 배울까? - 흑백 사진 인화 vs 흑백 필름 현상

필름으로 찍은 흑백사진을 보다 보면 필름 사진 특유의 느낌에 빠져 '나도 한번 찍어보고 싶다', '나도 저런 사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지 않은가? 나는 그런 생각에 필름으로 흑백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흑백사진을 주로 찍으며 그 매력을 더 알아가고자 하는 중이다.
여느 취미 사진가들이 그렇듯 현상소에 의뢰하고 받아보는 결과물에 만족하던 한 때, 현상료와 기다리는 시간, 그리고 현상을 맡기러 오가는 시간과 비용이 갑자기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고 이런저런 방법을 알아보다 흑백 필름의 자가현상을 시작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좀 거치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자가현상 품질에 만족하며 사진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약 10여 년 전, 필름사진은 인화물을 만들어 봐야 진짜 완성이란 생각에 암실작업도 배우기 시작했다. 암실작업도 참 매력적인 일이어서, 조용한 암실의 빨간 조명 아래에서 손으로 사진을 만드는 작업은 결과를 뛰어넘어 자업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뭔가가 있다.
그렇다면 제목대로 흑백 필름 현상과 흑백 사진 인화 둘 다 배우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둘중에 뭘 먼저 배우는 게 좋을까? 정답은 없지만, 개인적인 의견은 흑백 사진 인화를 먼저 배우는게 좋겠다 생각한다.
디지털 사진과 비교해 보면 필름 현상은 Raw 파일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고, 사진 인화는 그 Raw 파일을 가공해 최종 결과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현상 과정에서의 작은 실수는 원본 Data 자체를 망쳐버릴 수 있어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간단하게 생각하면야 '다시 찍으면 되지 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게 실제로 당해보면 꽤 정신적으로 타격이 큰 일이라, 내 경우 한번 실수 한 이후로 한 4~5년은 현상에 손도 안 대던 때가 있었다. 반면에 흑백 인화의 경우는 원본 데이터인 필름만 정상적이라면 몇 번이고 재시도가 가능하고,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사진을 만드는 과정에서 빛이나 노출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아지게 된다. 제일 중요한 건, 잘 현상된 필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절히 느끼게 되어 촬영이나 현상에 더 정성을 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진이 너무 좋아 푹 빠져 이런저런 공부를 다 열정적으로 하겠다면 둘 다 고민없이 중요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사진에 조금씩 흥미를 가져가는 과정에서는 이런 실수 하나가 모든 흥미를 다 잃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흑백 사진을 같이 하는 사람이 앞으로도 꾸준히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 그동안 맨땅에 헤딩하고 주벼뉴사람들과 이야기 나누어 본 내용글을 정리해 내가 생각하는 현상과 인화 공부의 순서를 정리해 보았다.
뭐가 어찌 되었든, 흑백사진,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