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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1, 2 - 이상엽, 임재천, 강제욱, 노순택, 성남훈 외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돈을 모아 구입했던 Canon의 A40이라는 디지털카메라였다. 2002년 당시 가격으로 60만 원 정도 했던 카메라였는데, 이런저런 걸 엄청나게 비교해서 고민고민 끝에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필름카메라는 잘 알지도 못했고 디지털카메라가 마냥 좋아 보였던 때다 보니 어쩔 수 없었지만, 이 카메라 이후로 내 메인 카메라는 필름카메라가 되어 버리고 만다.

그렇게 구입한 카메라로 고등학교 교실에도 들고 가 친구들을 찍어보기도 했고, 학원에 들고 가기도 하고 숙제를 하느라 동네를 찍었던 기억도 난다. 그러다 집 장롱에서 나온 Olympus Pen EE-3라는 카메라도 써보고, 학교에서 갔던 재활용 센터 자원봉사에서 주워온 Olympus Pen EES도 수리해 써본 적도 있다. 그렇게 이런저런 카메라를 쓰는 모습을 보던 아버지께서 선물로 주신 카메라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PENTAX MX였다. 흔히 말하는 장롱 카메라인데 이 카메라로 시작된 필름 생활은 대학교에 가서도 이어졌고 결국은 사진에 재미를 붙여 처음 카메라를 들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도록 필름카메라로 찍어오고 있다. 고등학교 때나 대학생활 중에는 가벼운 주머니 사정 덕에 필름카메라를, 이후에는 사용하던 필름이 익숙하고 디지털은 성에 차지 않는다는 핑계로 서브 시스템으로 필요할 때에만 잠깐잠깐 사용하는 정도이다.

 

대학을 다니던 때 읽었던 책이 있는데, 그 책이 바로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이다. 첫 책이 2004년, 두 번째 책이 2006년에 출판되었다. 첫 책은 고등학교 졸업 무렵, 두 번째 책은 대학교 2학년 학기 중에 나왔던 셈인데, 한참 주머니가 가볍고도 가벼웠던 때였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새로운 카메라 들과 손에 넣기 어려운 가격들을 보면서 침만 꼴깍꼴깍 삼키던 기억이 난다. 당시의 책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좋은 카메라를 소개한다는 콘셉트이었지만, 대학생 때였으니 저렴한 게 저렴한 것이 아니었다. 그 뒤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뒤 잠자던 당시의 기억들을 살려 꿈꾸던 것들을 하나하나 질러(?) 나갔다.

책을 팔락이다 보면 지금도 익숙한 영상카메라 사장님 이야기나, 이제는 홍성으로 옮겨가신 중앙카메라수리점 사장님, 그저 동경의 눈으로 사용기만 뒤적거리던 포클 이야기도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한창 PENTAX MX와 50mm, 28mm 렌즈 두 개로 부지런히 찍고 다니던 예전 생각도 나곤 한다. 저런 사진은 어떻게 하면 찍을 수 있을까, 저런 카메라는 언제 손에 넣어볼 수 있을까 생각했던 내가.

 

그런 예전의 나를 생각나게 해주는 책을 오랜만에 책꽂이에서 꺼내 읽은 김에 간단한 글로 정리를 해 본다.

 

책꽂이에 아직도 꽂혀 있는, 내 꿈의 레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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