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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 강상중 (재독서)

속이 복잡할때면 빼들게 되는 책. 여름 휴가를 맞이해 강상중 교수의 책을 여러권 읽고 다시 마주하게 된 책이어서 뭔가 좀 더 와닿는것 같기도 했다.

 

한동안 국가적인 색이 빠진 책들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강상중 교수의 이미지는 재일교포 지식인이지만 한국의 입장에서 일본에 대해 생각하고, 한국사람의 마음을 일본인에게 전하는 변론인(?)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번에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재일조선인 2세이며 한국 국적으로 일본에서 생활하지만 두 발은 일본에 디디고 사유하는 일본의 지식인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좋고 나쁨을 떠나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덕에 일본과 한국 사이를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출판 기반이 일본이다 보니 언급하기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아주 가끔 하기도 했다.

 

일을 함에 있어 3월에 큰 변곡점도 있었고, 나름대로 적응 하는데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제야 적응이 되었는데, 당분간 이 일을 1년 이상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속이 답답한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언가 변화를 주고 싶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 나의 망설임이나 현실적인 상황이 얽혀 불가능한 것을 깨닫고 좌절감이 들었다. 최근 며칠은 출근길에 혼자라는 고립감에 마음을 가라앉히려 심호흡을 여러번 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이 있어 머리도 식히고 생각 정리도 할 겸 가볍게 읽어보려 별도의 메모는 하지 않고 책을 읽었다.

 

책을 다 읽은 뒤에도 기억에 남는 문단들이 있어 다시 한번 그 페이지들을 찾아 내용을 옮겨본다.

 

 

 

.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 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p. 39)

. 오늘날에는 '진지함' 이라는 말이 별로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넌 진지하구나" 라는 말을 들으면 놀림을 당한 기분이 듭니다. 그렇지만 나는 이 말을 좋아하고, 나쓰메 소세키 다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타자와 마주하는것. 거기에 어떤 돌파구가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자아의 고민의 밑바닥을 '진지하게' 계속 파고들어 가다 보면 그 끝이 있을 것이고 타자와 만날 수 있는 장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p. 43)

. 남자는 불안하기도 하고 그대로 배에 타고 있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죽기로 결심하고 바다로 뛰어들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발이 갑판에서 떨어지는 순간 '그냥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합니다. 높은 갑판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슬로모션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사이에 남자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배를 그냥 타고 있었던 편이 나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끝없는 후회와 공포를 느끼며 검은 파도 속으로 조용히 떨어져" 갑니다.

 이 이야기는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로 시대의 흐름에 휘말리는 것이 싫다고 해서 구시대에 매달리는 것은 더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p. 71)

. 따라서 나는 청춘이란 한 점 의혹도 없을 때까지 본질의 의미를 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자기에게 도움이 되든 그렇지 않든, 사회에 이익이 되든 그렇지 않든 '알고 싶다' 는 자기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갈망과 같은 것을 솔직하게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 85)

. 청춘이란 밝은 것만이 아니고 한 꺼풀만 벗기면 죽음과 맞닿아 있는 잔혹한 것이다. (p. 86)

. 사람이 '일을 한다' 는 행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줍니다. 그것은 '사회 속에서 자기 존재를 인정받는다' 는 것입니다. (p. 117)

. '사람은 왜 일을 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타자로부터의 배려' 그리고 '타자에 대한 배려' 라고 말하겠습니다. (p. 118)

.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확신할 수 있게 되면 마음이 열립니다. 프랭클이 말한 것과 비슷하지만 자기의 의미를 확신한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고민하는 것은 좋은 것이고, 확신할 때까지 계속 고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중간하게 하지 않고 진지하게 끝까지 고민하는 것. 나는 거기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p.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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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 강상중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을 구입할 때 묶음판매로 구입했던 책이다. 살아가며 마주칠 수 있는 여러가지 질문들에 강상중 교수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대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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