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하는 이유 - 강상중
지난 여름휴가에 읽었지만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아 12월을 맞아 다시 집어 들었던 책이다. 전보다는 좀 읽혔지만 이번에도 역시 온전하게 이해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다만 아들을 보내며, 다른 이들은 아들처럼 허망하게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강상중 교수만의 언어로 간절하게 풀어낸 책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삶의 의미 혹은 행복에 대해 내가 찾아가는 것이라기보다, 삶에서 끊임없이 던져지는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해 나가는 과정이 삶이고 인생이란 저자의 견해가 기억에 남았다.
책의 막바지에 있던 작가의 말을 옮기며 오늘의 글도 마무리한다.
인생이란 "인생 쪽에서 던져오는 다양한 물음"에 대해 "내가 하나하나 답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프랑클은 이런 사고의 역전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 불렀습니다. 수용소 사람들에게 이 생각을 적용해 보면, 인생 쪽에서 '너는 견디기 힘든 이 굴욕을 견딜 수 있는가?'라든가 '너는 이 이별의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가?'라고 물어온 것입니다. 이에 대해 그들은 하나씩 '예, 저는 받아들입니다', '예, 그
것도 받아들입니다' 하고 대답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생이 물어오는 것에 대해
계속 대답해 간 사람만이 가혹한 시련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던 것입니다. 반대로 도중에 대답하는 것을 그만둔 많은 사람들은 삶에
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물음에 '대답한다'는 것은 '응답하는' 것이고, '결단하는' 것이며
또 책임을 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책임'으로 번역되는 responsibility'라는 영어가 '응답'을 의미하는 'response에서 파생한 말이라는 것도 '대답한다'는 것과 '책임을 진다'는 것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인생의 물음 하나하나에 정확히 예'라고 대답해 가는 것은 결코 낙천적인 선택이 아니라 대단히 무거운 결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 가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가 죽을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 생각되어도, 인생이 끝나기 1초 전까지는 언제든 좋은 인생으로 바필 가능성이 있다.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지금 거기에 있는 것 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 그러니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찾을 필요 같은 건 없다. 그리고 마음이 명령하는 것을 담담하게 쌓아 나가다 보면, 나중에 돌아보았을 땐 저절로 행복한 인생이 되어 있을 것이다.
